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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Sep,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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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사람 내면의 감정과 정체성을 그리는 '서기원'

언젠가 술에 진탕 취해 거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던 적 있다. 그때 거울 속에는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매일 보아온 그 모습이 낯설어 무서울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나 이 경험을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술을 많이 마셨구나’하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 인간 내면의 감정 및 정체성을 표현하는 서기원 작가가 있다. 서기원 작가가 그리는 인물들은 다양한 감정 그 자체이자, 표현 의지를 가진 욕망 덩어리다. 알고 있겠지만 욕망이라는 것은 긍정보다는 부정적 이미지에 가깝다.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야 말로 성숙하고 현명한 인간이라 판단되는 현대 사회에 살며, 사람들은 다듬어진 욕망을 진짜라고 오해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진짜 날 것(Raw)의 진짜 욕망을 알게 된다면, 언젠가 내가 공포를 느꼈던 거울 속의 나처럼 두려워지지 않을까.


서기원은 이렇게 우리가 받아들인 조작된 욕망을, 두려움 없이 찬찬히 꺼내 해부해 보는 것 같다. 서기원은 곧 튀어나올 듯 크게 묘사된 괴기한 눈동자와, 정체 불명 존재의 소화기관처럼 보이기도 하는 입, 일그러진 얼굴, 다이아몬드처럼 청량하게 흐르는 눈물 등 우리가 사람의 것이라고 인식해 왔던 것과는 다소 먼 거리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중 몇 작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참하게 폭발할 듯한 표정을 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젠가 내가 느꼈을 분노를 떠올리게 된다. 그때 내가 감췄던 표정 원본은, 서기원 작가가 그린 <울분resentment(2020)>와 닮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가 아니게 되는 순간, 혹은 위장되어 온 감정이 본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 순간의 인상을 전달해 주는 듯한 그림을 그리는, 서기원 작가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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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울분resentment' (15x15), color pencil on paper, 2020.

사람들 내면의 감정 및 정체성을 표현하는 서기원 작가를 만나게 되어 반갑다. 작가가 직접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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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Frank' (91.0 x 72.7 cm), color pencil on paper, 2017.

나는 주로 과거나 현재에서 느낀 경험과 사유를 토대로 개인적인, 또는 관계로서 소비되어지는 감정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그림 속 인물들은 다양한 감정 그 자체이자 표현의지를 가진 욕망 덩어리다. 덩어리들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알맞는 방어기제로서 보호색을 띄게 된다.

전달하고 싶은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화적 표현 기법으로 캐릭터의 상황에 맞는 세포나 생체리듬으로 구성하고 때때로 형태의 일부를 증식, 해체, 변이시켜 산발적으로 배치한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작품 스타일의 변화가 잦은 경우도 있는데. 서기원은 기괴한 눈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간, 혹은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꾸준히 표현하는 중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다. 어떻게 수년 간 자신의 독창적인 작품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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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fear' (91.0x72.7cm), mixed media on paper, 2017.

유지한다기보다 기존의 레퍼런스나 리듬을 상황이나 경험에 따라 조금씩 변주를 주어 히스토리를 확장시켜 나가는걸 지향한다.

주로 색연필과 같은 건식 재료를 사용해 창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외 재료를 사용한 작품 중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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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stranger' (53x45.5cm) ink on paper, 2016.

펜으로 그린 "stranger"라는 작업을 좋아한다. 이 외의 작업들도 종종 펜을 사용하는데, 모든 생각에 구애 받지않고 명상하듯 흘러가게두며 때론 종이의 혈관을 표현하듯 길을 열어주는 세포 역할도 해준다.

강렬한 색의 조합 역시, 서기원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요소 중 하나다. 작품을 채색하기 위해 선정하는 색에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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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HEAD' (53x45.5cm) color pencil on paper, 2020.

색 선정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스케치 후 이미지의 감정선에 따라 온도를 입혀준다.

개인적으로는 2020년인 올해 이르러, 서기원의 작품이 더욱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게 된 것 같다고 느낀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이미지가 더욱 그로테스크해졌음(Exorcist(2020)은 물론이고,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는 버거나 해골 등의 이미지는, 키치한 동시에 주술적인 느낌을 주는데. 최근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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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Exorcist' (72.7x60.6cm), photoshop rework, 2020.

작업 할 때 키워드를 세가지 두는데, 감정, 관계, 취향이다. 그 중 요즘 작업들은 대부분 취향에 무게가 실려있다. 근본이 되는 이미지나 단어, 신화, SF, 게임, 만화 등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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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Burger' (53x45.5cm), color pencil on paper, 2020.

작가 본인의 감정이 가장 강렬하게 투영된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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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배신감' (sense of betrayal) (91.0 x 72.7 cm), colorpencil on paper, 2016.

<배신감sense of betrayal(2016)>이라는 작업에서 과거 연인간의 관계에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몇 마디 글이나 말로서 감정을 설명하는 게 어렵고 모순적일 때가 많다. 그림도 마찬가지라, 관람자가 보고 받아들인 느낌 그대로가 제목이나 해설보다 더 직관적이고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장르를 막론한 협업을 해왔다. 이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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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loalto - No Love [Feat. Justhis], [album cover by SEO KI WON], 2015.

모든 협업들이 새롭고 인상깊었지만 팔로알토님과의 작업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음원 공개 전 미리 곡을 받아 반복해서 음과 가사에 집중하였다. 여러번 피드백이 오갔고, 음악을 통해 느낀 온전한 감정들을 눌러 담아 표현하는데 처음이었던 내겐 큰 공부가 되었다.

 

언경 작가와 함께 <처음으로 대하는 얼굴 : 초면(2020.8.13~9.6, 갤러리 아노브)>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전시 주제를 정하기 위해 단어를 나열하다 언경작가가 초면이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확신이 들었고, 관람객에게 가깝지만 결코 편하지만은 않은 낯선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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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언경, '대신 만약에 놀라는 표정을 짖는다면 당신을 찢어죽일거야', mixed media on paper, 2020.

언경, '화장터', mixed media on paper, 2020.

언경, '감시자', mixed media on paper, 2020.

서기원, 'window' (35x27cm). color pencil on pap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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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서기원, 'overload' (91.0x72.7cm), mixed media on paper, 2019.

(오) 언경, '파란 반시뱀' (91.0x72.7cm), mixed media on pap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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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기원, 'Dust' (40.9 x 31.8 cm), mixed media on paper, 2018.

서기원, 'window' (35x27cm), color pencil on paper, 2020.

서기원, 'totem' (91.0 x 72.7 cm), mixed media on paper 2019.

 

서기원 작가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과거와 현재 모두 동일한가.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해오며, 작가로서의 심경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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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a picky person' (72.7 x 60.6 cm), mixed media on paper, 2019.


무언가 늘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은 일관되고, 담아내는 감정은 매 순간 변한다. 삶은 고맙게도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다음 개인전을 위해 작품을 틈틈이 준비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소식으로 인사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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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편집 신은별
어시스턴트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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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서기원(SEO KIWON) seokiwonart@gmail.com

#FINEART   #COLORPEN   #EMOTION   #IDENTITY   #DIFFERENT   #PERSPECTIVE  

아티스트. 1989년 서울 출생.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전시 및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개인이 세상을 마주하며 겪는 감정과 생각을 또 다른 시선으로 제시한다. 현재 현대미술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며 일과 개인작업을 병행하고있다. @seokiw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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